흐르는 시간 위에 당신을 그리며 낡아 가는 일 - 화가 Nguyen Le Tan

좋은 베트남 - 2017/06/07 89 0

Oil Painting 90x130cm

 

화가는 인적 드문 하노이 변두리에서 365일 그림을 그린다.
한인타운에서 1시간. 차에서 내려 골목을 따라 정처 없이 걷다가 도달한 화가의 화실. 움막이다(!). 퍼붓는 햇살을 피해 움막안에 들어가니 겨우 선풍기 한 대, 인터뷰 내내 이마의 땀을 훔쳤다.

 

오래되고 낡은 그림도구들이 여기 저기 정신 없이 펼쳐져 있다. 덜덜 떨면서 돌아가는 먼지 쌓인 선풍기, 붕붕 우는 작은 냉장고, 무너질 듯 위태로운 벽과 지붕, 달랑 쇠창살 창문 하나로 들어오는 후끈한 바람. 한 쪽 평상에는 오래된 노트북, 그 옆에 생수통, 모든 것이 낡고 낡은 화가의 화실에서 나는 그림과 그리움과 그 그리움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삶이 어떻게 낡아가는지를 생각했다.

 

화가는 1974년생. 43세. 늦게 결혼해서 3살짜리 아이를 두고 있다. 화가는 어린 시절 하노이 인근 빈푹과 더 먼 하장 그 두메산골에서 살다가 대학 진학하기에는 늦은 나이 24세에 하노이 미술대학에 입학한다. 화가인 삼촌의 영향을 받았다. 젊은 시절 바람처럼 방황했다. 그 방황이 지금은 그림의 자산이 되었다.

 

화가는 주로 인물화를 그려왔는데 잘 나가는 사람은 그리지 않는다. 화가는 일상 속의 사소함과 하찮음을 귀하게 여긴다. 자신이 그림으로 기록하지 않으면 누가 이 일상을 남겨 놓겠냐고 말할 때 화가의 소박하고 따뜻한 가슴을 만나는 것 같았다.

17세기 일군의 네덜란드 화가들이 일상의 사실적인 것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점상, 여인숙, 가정집, 거리와 풍경. 그들은 종교화와 역사화를 버리고 매일 마주치는 비루하고 사소한 일상을 그렸다. 세속적인 가사 노동, 노동자, 여자, 어린아이들, 휴식, 여흥, 생활 도구, 꽃, 과일, 동물들을 그리며 화가들은 세속적이고 저속하고 천한 것들 속에 숨은 아름다움의 의미를 도발적으로 그렸다.

 

   Oil Painting 90x90cm

 

화가 Tan도 우리 곁에 평범한 인물을 꼼꼼하게 그린다. 좀 오기로 그린다. 그의 그림을 촘촘히 바라보면 보통사람의 일상도 숭고하고 아름답다고 항변하는 것 같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주변의 인물을 계속해서 그려 나가는 걸 보면 그는 존재 자체를 소중하게 여기는 화가임에 틀림없다.

곁에 있기만 해도 좋은 사람. 그 존재를 깨닫게 해 주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존재 보다 존재의 계급과 존재의 소속과 존재의 물질에 관심이 있지 않은가? 화가는 존재의 껍데기를 벗겨내고 존재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관찰과 해석, 성찰과 명상으로 이 움막에서 10년째 지내고 있다. 그림 하나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런 화가가 Tan이다.

 

인터뷰는 정말 재미없었다. 단답형 대답. 무표정, 무심함.

 


해서 심심하지 않나요? 가끔은 지겹지 않나요? 재미없지 않나요? 이런 따위의 질문을 하자 그림을 그리다 따분해 지면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주섬주섬 추상화 몇 점을 보여주며 그림이 안될 때 이런 막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보여주는 추상화는 해독 불가, 해석 불능. 마구 그은 선에 형태를 알 수 없는 것들이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보였다. 폭탄 같기도 하고, 유령 같기도 하고, 늑대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음산하고 음울한 그림들 이었다.‘아 저렇게 스트레스를 푸는 구나’혼자 생각했다.

 

Oil Painting 90x130cm

 

화가는 일상의 상투성에 대해 늘 질의하고 부정하고 뛰어 넘어 낯선 영감의 새로운 교류를 혼자 즐기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365일 캔버스 하나 밖에 없는 이 움막 같은 화실에서 어떻게 혼자 견딜 수 있었을까? 화가는 그림을 통해 일상의 범상한 일과를 다루는 인물들이 주는 고요한 몰두, 정적인 평화를 보는 이에게 선사하고 있다.

 

삶이 번잡과 소음으로 복잡하게 헝클어질 때 나는 Tan이 준 그림 파일을 오랫동안 볼 작정이다. 그의 그림에는 고요의 견고함이 있다. 그가 그려내는 고요는 정지와 운동, 침잠과 실천 사이에서 균형점을 선물한다. 그의 그림이 말했다.“바보야 속도보다 방향이야, 방향을 정하려면 잠시 멈춰야 돼”

 

 -----------------------------------------------------------------------------------------------------------------------------------------

Nguyen Le Tan


Artist Biography:
Is a native of Hanoi, Viet Nam
1974: Born in Ha Giang, Viet Nam
1979: Came back to Hanoi with his family
Passionate with and learn to paint since childhood and be inspired by his uncle
2000: Graduated from Hanoi College of Art.
2014: Member of Realism Artists Group
Some group exhibitions:

2008-2010-2015: National oil paintings exhibition
2015: Realism Group Exhibition
2016: “Dong Chay” Fine Art Exhibition

댓글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