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로 산다 (4) 유월의 소나기

좋은 베트남 - 2018/07/24 37 0

하노이에는
보슬거리며
귓가 속삭이거나
가랑거리며
두뺨 어루만지는
연애 같은 비는 없다.
오는 날 비는 짧고 굵은 인생처럼
거침없이 퍼붓는데
그 빗길 물길이 밥길인
행상 자전거 한 대
전사처럼
힘차고, 힘겹다.
전사여! 조금 쉬다 가면 안 되겠나
처마 아래 빗소리 들으며
밀린 외상 값도 펼쳐보고
어제 다툰 일도 접어면서
그래도 비 계속 오면
지나간 옛사랑
먼 기억도 꺼내보면 안되겠나.

# 비, 소낙비 오는 시간은‘시간의 일요일’. 하던 일을 버리고 창 밖을 본다. 빗소리에 소음과 분주가 묻히고 잠시 고요가 찾아온다. 고요는 침묵과 평화를 직조한다.고요는 사물의 존재이유를 돌아보게 하는 청청한 힘이다. 삶을 견딘다는 것. 새벽에 읽은 기사. 식당은 죽을 맛, 노래방은 곡소리. 무너지는 자영업자들의 한숨 소리가 빗소리 안에 부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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