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당신의 얼굴에 대하여 (화가 Vo Ta Hung)

좋은 베트남 - 2018/05/04 168 0

 

지난 1년 화가 Vo Ta Hung은 겨울이었다. 테니스장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다. 약을 먹고 죽을 먹고 몸을 움직이며 집에서 재활했다. 1년 동안 붓을 잡지 못했다. 대신 이전에 그렸던 그림을 보며 지냈다.

''당신과 나의 거리가 멀면 사랑의 양이 많고, 거리가 가까우면 사랑의 양이 적을 것입니다.''(한용운의 사랑의 측량에서). 이 사랑의 역설을 부둥켜 안고 자신이 그린 가까운 이들의 얼굴을 보며 지냈다. 잘 견뎠다. 지난 4월 기어코 전시회를 했다.

'이제 돌아 갈 수 없다. 내 인생의 첫 겨울 동안, 옛날이 새롭게 돌아오고 있었다.’그랬을 것이다.

죽음 앞에 서면 무엇을 해야 할까? 그의 전시회에 가서 사경을 헤맸던 그의 시간들을 생각했다. 그는 용케 회복해서 다시 나와 사진을 찍었다. 그는 그림 앞에서 추억을 소환하며, 그 시간의 사랑을 호명하며 한 장, 한 장 그림을 설명해 주었다.

아, 살아서 너무 많이 사귀면 일인당 설명이 적어 지구나.

말로는 다 말 못하지만 화가에게 다 가까운 이들이다. 그림 속 얼굴들이 화가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생면부지인 나에게도 말을 걸어 왔다. 베트남어도 안 되는데. 걱정 말아라, 얼굴들은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표정과 표정 사이로 말들이 건너 가고 싶었다. 그 얼굴들은 그리움과 결핍의 일상 속에서도 자족하고 있었다.

얼굴은 얼을 담은 꼴이다. 편안한 베트남의 얼굴들을 보며 한국인의 얼굴도 생각했다. 정과 한의 얼굴, 신명과 분노의 얼굴, 조급하지만 화끈한 얼굴, 흥과 슬픔의 얼굴...... 음주가무를 즐기고 자신감이 넘치고 임기응변을 잘하고 활동적이며 공격적이며 충동적이고 고집스럽고 감정표현도 거침없는 얼굴들.

사람은 혼자 살 수 있을까? 전시회장을 거닐며 생각에 잠겼다.

얼굴들이 빛이 되어 내 속을 비추고 있었다. 나는 투명해 져서 마치 청문회장에 앉은 셈이 되었다. 그 얼굴들에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사람은 산소 없이 살 수 없듯이 타인 없이 살 수 없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누리고 하는 행복은 타인들에게서 나온다.
나의 행복에는 전적으로 타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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