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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동 라오스 오지 여행기 (1)

좋은 베트남 - 2016/06/17 151 0

여행!! 이 말만 들어도 본능적으로 마음이 떨리고 설렌다. 여기에 의미와 얻어지는 깊이가 있다면 더한 즐거움이 아니 되겠는가? 나에게 어떻게 떠나면 좋겠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자전거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자전거 여행은 위험하고 힘이 든다고들 한다. 왜 나는 이런 고달프고위험한 일을 사서 할까?이렇게 긴 연휴에는 그냥 편히 집에서 뒹굴면서 티브이 보며 집 사람과 차 마시며 함께 나들이나 다니면 이쁨이나 받을 텐데.

자전거 여행은 참 우리네 인생과 참 많이도 닮았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스릴과 괴로움이 함께한다. 그리고 볼 거리가 있다. 또 많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이야기하고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가 아닌 나를 볼 수 있다.

 자연을 접하고 풍물을 보고 그리고 각양 각색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 동안 나도 모르게 때 묻고 볼썽사나워진 내 모습을거울로 비추어 보는 시간이 된다. 

그리고 차나 오토바이가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지구 어디나 갈 수 있다는 해방감 및 쾌감이 있다.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험한 곳이든 편한 곳이든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길은 반드시 가야만 하는 것, 그것은 우리의 인생, 바로 그것이 아닌가.


또한 무엇보다 건강에 더 없이 좋다. 나는 꽤 이전, 젊었을때는 책을 읽을 때나 일을 할 때 돋보기를 썼었다. 하지만 3년전부터 보기만해도 칙칙하고 젊음의 기운을 뺏어갈 것만 같은 돋보기를 벗어던졌다. 그래도 생활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오히려 돋보기를 끼고 책을 볼 때보다 지금 더 잘 책이 눈에 들어온다 .


이번 여행은 베트남 중부 도시 다낭에서 버스로 국경까지 이동하여 라오스 국경 BO Y 부터 자전거를 타고 7세기-13세기까지 동남 아시아를 호령했던 크메르인 유적지 왓푸 신전이 있는 Champasak 을 둘러 보고라오스 남부 도시인 Pakse를 지나 동 북부 산악 지대 도시 Salavan을 지나 베트남 국경 La Lay 를 넘어 호지민 루트를 내려가다 A Luong 에서 Hue 를 거쳐 Da Nang 으로 다시 돌아오는 약 950km가 넘는일정을 7박 9일 코스를 하노이 자전거 동호회 (이하 하자동) 회원 5명이 좌충우돌 함께구정 연휴 기간 동안의 여정이다. 하자동이 태동한지 2년,그동안 하노이 근교와 베트남 국내 위주로 짧은 기간동안 하자동 회원들과 함께 라이딩한 적은 많았지만 해외 원정 라이딩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원 모두가 장거리 라이딩 경험들이 그리 많지 않아 선두에 선 나로서는 걱정반 기대반으로 시작 전부터잠도 설치고 묘한 흥분으로 온몸이 굳어지는 것 같았다..

베트남 국경에서 라오스 땅에 들어 서면서부터 아타푸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급경사와 꼬부랑 길들은 잘 다듬어 지지 않았던한국의 60년대 강원도 도로들을 연상케 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은 아름답다. 생긴 모양 그대로, 놓아둔 그대로, 바람이 불고 천재 지변으로 변화된 자연 그대로의 모습들이 너무 좋다. 변형되지 않은 생긴 그대로의 모습이라오스의 진정한 멋이라 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오지의 라오스로 들어 가면 들어 갈수록 말이다. 정수리로 뙤약볕이 사정없이 내리 쪼이는 오르막 길을 두 시간째 땀을 흘리며 페달 질을 하고 있다.오르다 지쳐 나무 그늘 속땅 바닥에 그대로 들어 누워 하늘을 쳐다 본다. 하늘은 푸르고 스치는 바람 결에 이마에 흐르는 땀이 속수무책으로 날려간다. 얼마나 올랐을까? 아직도 정상은 멀기만 한데 벌써 허기가 지기 시작한다.

어제 오후 국경에 도착하여 베트남 국경 출입국 창구에서 회원 한분의 여권에 베트남 입국 허가 스템프가 없다고 출국을 거부해 어제 오후부터 오늘 아침까지 상황 설명과 신분을 증명하는 여러 가지 정황을 확인하고 하노이 출입국 관리 사무소까지 연락하는 Bo Y 국경직원들의 협조로 천신만고끝에 아침 10시가 넘어 겨우 출발 할 수있었다. 잘못했으면 이 오지의 타국땅에서 그 회원과 기가막히고 허무한 이별을 할 뻔했다.


휴, 출국 문제로 너무나 많은 힘과 시간과 노력을 소비하고 진이 다빠진 상태에서 높은 급 경사도를 오르려니 다른 때 보다 힘이 배는 더 드는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오르면 정상이다. 벌써 30여 키로는 올랐고 저 앞 산 봉오리 위로 중계 탑이 보인다. 지금껏 민가 하나 보이지 않는다. 60여 키로 이전까지는 민가가 없다는 확실한 정보의 위력을 보는 것 같다. 벌써 오후 한시가 넘어서고 있다. 어디 물가를 찾아 라면이라도 끓여 점심을 먹여야겠다. 모두가 지친 표정이다. 출국 문제 때문에 하루를 통 체로 허비하는 바람에 아직도 온길 보다 갈 길이 더 멀리남아있다.

내리막길로 접어 들면서 볕은 따갑지만 바람결은 맑고 상쾌하다. 하늘을 찌를 듯이 솟구쳐있는 아름드리 나무들은 자연이 만든가로수다. 그 계곡과 계곡 사이로 물이 흐른다. 물이 있는 곳에는 쉬어가는 나그네들을 위해 움막이 지어져 있다. 워낙 민가가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일하다 쉬는 이들이 필요에 의해 지어 놓은 듯하다.끝없이 이어진 산 밀림이 있는 이곳에서 우리도 자연과 더불어 늦은 점심을 라면으로 해결해 보려고 계곡물을 받아 라면을 끓였다. 라면 일곱 개를 맞바람에 게눈 감추듯 다섯이서 해치우고 길을 서둘렀다. 띄움띄음길가에 민가가 보이기 시작한다. 라오스 국토는 우리나라 남북한을 합쳐 1.5배나 된다고 하지만 인구는 칠백만 명에 불과하다. 70년대에 왕권 정치에서 벗어나 공산 사회주의 체제로 변하면서 많은 인구가 태국으로 이주를 했단다. 국토에 비해 인구밀도가 낮다보니 먹을 것도 그리 풍부하지 않고 잠자리 또한 쉽게 찾을 수 없다. 잠자리를 찾아 계획대로 정해진 곳까지 갈 수 밖에달리 방법이 없다. 지리적으로 베트남과는 이웃인데다 정치체제 또한 베트남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거의 비슷하고 라오스 정부 기관 산업 특히 자연 자원 산업쪽은더 많이 베트남이 관련되어 주도해 나아간다고 한다. 국경 접경 지대에는 양국 도보상들의 왕래가 빈번하며 실제로 많은 베트남 인들이 라오스로 이주해 살고 있고 특히 라오스 중부지방은 어디를 가나 베트남어가 조금씩은 통한다.

냉장고도 없는 민가 상점에서 미지끈하게 데워진 콜라 한잔으로 땀을 식히고 길을 재촉했다. 해는 서산에 걸려 있는데 아직도 길은 멀고 또 오르막 길이다. 중턱에 올라숨을 고르면서 산 너머로 내달리는 석양이 땅 거미와 함께 붉게 물들이며 저 산마루의 어둠을 재촉하는 그림자를 바라본다. 아직도 첫 귀착 지 아타푸에 도착하려면 40여 키로나 남았는데 벌써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니 걱정부터 앞선다. 벌써 저녁 6시가 되었는데 이 초보 회원들을 라이트에의지해 오르막 내리막을 달리려면 속도도 나지 않고 위험하기도 하고 또 내일 라이딩은 어쩌지? 내일은 이번 라이딩에서 최대 고비인 아스팔트가 없는 임도 길인데.. 한참을 생각하다 회원들과 함께 합의하여 점프하기로 결정했다. 마침 지나가는 스포츠 UV 승용차를 잡았다. 친절하면서 깔끔한 라오스인은 사례하겠다는 말에못시화를 내어 사례도 못했다. 사정 사정하여 겨우 음료 한켄을 손에 쥐어 줬을 뿐이다. 말이 통하지 않아 고마움 표시도 못했다. 껍짜이 (라오스 말로 감사합니다) 만 연발했다. 살아 오면서 인간답게 인사 한번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살아온 것이 어디 한두 번 인가? 아타푸 호텔까지 우리를 데려다 주고 아무런 보수도 없이 그냥 떠난 저 신사는 분명 축복받아 마땅하리라.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