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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짜지껄 라오스 여행 (2)

좋은 베트남 - 2016/06/22 182 0

비엔티엔주(州)의 작은 관광 마을로 수도인 비엔티엔 (Vientiane)과 약 15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방비엥은 비엔티엔과 루앙프라방 (Luang Prabang) 을 잇는 거점 지역으로 1353년에 형성되었다.

본래의 지명은 무앙송 (Mouang Song) 이었으나 프랑스 점령기이던 1890년대에 현재의 지명으로 교체되었다. 베트남 전쟁기간이었던 1964년부터 1973년까지 미국이 이곳에 공군 기지를 세우고 도로와 활주로 등 기반 시설을 건설하면서 마을의 규모가 확장되었다. 남송 (Nam Song) 강을 끼고 있으며 우림과 카르스트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독특한 풍경을 자랑한다

나에겐 팔랑귀를 갖은 친구가 있다. 
비엔티엔에서 방비엥으로 가기 위해 딸랏 사오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4~5시간의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에어컨이 빵빵하고 청결하며, 좌석이 좋은 버스를 반드시 타야 한다. 얼핏 보이는 버스 대부분의 외관은 우리나라 고속버스와 크게 다르지 않아 안심이다. 그 때, 한남자가 다가와 우리가 타려는 버스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4시간이면 도착하는 봉고차(?) 같이 생긴 자기네 차를 타라며 호객행위를 한다. 좌석이 불편할 것 같아 나는 아예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팔랑귀를 갖은 내 친구가 호객행위에 넘어가 인당 50,000kip (약 7,000원)에 덜컥 표를 구입해 버렸다. 봉고차는 좌석이 불편하기 때문에 환불을 하자는 나와, 이왕 샀으니 그냥 타자는 친구와의 묘한 신경전 끝에 봉고차를 이용하되, 좌석 2개를 더사서 편하게 누워 가자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아낙네들
생각보다 버스 안은 청결했고, 에어컨도 빵빵했다. 좌석 2개를 더 구입해서, 3명이서 5명의 좌석에 앉으니 이 정도면 우등버스도 부럽지 않았다. 사람이 차자 버스는 출발했고, 우리는 버스 타기 전에 잔뜩 구입했던 과자, 과일, 음료수를 꺼내어 먹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만석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봉고차는 길거리에 손님이 있으면 차를 세워 손님을 태웠으며, 차에 오른 아무것도 모르는 손님들은 자리가 널널한 우리쪽에 앉으려 했고, 우리는 계속해서 이 자리는 우리가 돈주고 구매한 자리이니 다른 좌석에 앉으라고 얘기했다. 그렇게 3명의 손님을 더 태우자, 우리 좌석은 여유로운 공간이 그려지고, 우리 앞에 좌석은 2좌석에 4~5명씩 끼어 앉는 꼴이 되었다. 그래도 굴하지 말고, 자리를 양보하지 말자고 굳게 합의하며, 우리 본연의 업무인 과자 먹기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태어난 지 한 달여 밖에 되지 않았을 법한 아이를 앉은 여자가 타자, 더 이상은 우리의 양심이 견뎌내지를 못했다. 할 수 없이 2좌석을 양보했고, 등치 큰 우리 셋은 봉고차 맨 끝 좌석에 따닥따닥 붙어 앉아 갈 수 밖에 없었다. 

순수한 마을에 마음이 눈물겹다 
방비엥의 하이라이트 블루라군으로 가기 위하여, 대당 25불 (5시간) 을 주고 산악오토바이를 빌렸다. 방비엥 중심에서 블루라군까지 가는 길은 비포장 도로여서, 산악오토바이를 선택한 것은 매우 잘한 것 같다. 가다가 소나 강아지 그리고 어린아 이들이 떼를 지어 나오면 잠시 멈추고 그들이 지나가길 기다려야 한다. 오토바이 따위는 무섭지 않은 듯,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는 그들이지만, 그걸 바라보는 내 마음이 이상하게 눈물겹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수한 풍경들. 나에게도 과연 저런 천진난만함이 아직 존재하는 지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우리는 아직 헌팅 당할만한 외모라구요
블루라군에 도착하자, 꽃보다 청춘의 출연진들이 즐겨 놀았던 블루색의 물웅덩이가 제일 먼저 눈에 든다. 생각보다는 크지 않아 실망스러웠지만, 옥색 빛을 지닌 물빛만은 마음에 들었다. 관광객들은 큰 나무 위에서 5미터 깊이의 물 속으로 다이빙을 하며 블루라군을 즐겼는데, 우리는 아무도 수영을 잘 하는 사람이 없어 그저 지켜만 볼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2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한국 남자들이 다가와 자기네도 일행이 3명이니 함께 놀자고 제안을 해 온다. 우리가 어려보이는 건지, 예뻐보이는 건지, 혹시 우리들을 자기네 또래로 보는건지, 기분 나쁜 제안은 아니었지만, 첫사랑에 성공했다면 아들뻘인 듯한 남자와 놀 수가 없어 정중히 거절을 했다. 그런데 친구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말로는 잘했다고 하지만, 그냥 돌려보낸 나에게 단단히 삐진 듯 한 느낌이다. 

진짜사나이의 여군들 같죠
블루라군에 들어가지 않는 대신 산속의 나무와 나무 사이에 로프를 연결하고, 도르래를 이용하여 이동하는 짚라인 (인당30달러) 을 체험하기로 했다. 안전벨트와 헬멧의 장비를 갖추고 산으로 오르자, 마치“진짜사나이”에 출연하는 여군이 된 것 같아 괜시리 흥분이 된다. 그러나 그건 정말 잠시 뿐으로, 로프가 연결된 나무에 올라서자 공포감이 진하게 밀려왔다. 다시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같이 왔던 친구들이 너무 재미있어하며 환호성을 지르자, 나도이를 악물고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무와 나무 사이를 몇번 이동하고, 정말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을 만큼 무서웠던 흔들다리 건너기가 끝나자,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무서워 흘린 눈물때문에 번진 아이라인은 나를 팬더로 만들었다.

힘들었던 기억들은 그저 추억일 뿐 
방비엥 중심가로 돌아와 허기를 달래기 위하여 길거리 식당을 찾았다. 돼지고기를 숯불에 구워주는 곳인데, 여태까지 먹었던 고기의 맛을 싹 잊게 만들 정도로 맛이 끝내준다. 거기에 태국의 김치격인 쌩솜과 시원한 맥주까지 곁들이자, 이 세상 무엇이 부럽지 않다. 눈물을 흘릴 만큼 무서웠던 짚라인은 그냥 오늘의 안주거리였다. 그래인생이란 다 그런거야. 힘들었던 기억들도 지나고 나면 그저 추억일뿐, 나는 거기서 어떤 일들도 너무 힘들어하지 말자는 기막힌 결론을 내렸다. 그런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보니, 식당 앞에 모여있는 쭈쭈빵빵의 비키니 입은 서양 여자들이 질투나기는 커녕 자유롭고 예뻐 보였다.

조금만 젊었어도 춤을 추며 놀았을 텐데..
식사 후에는 쏭테우를 타고 카약을 타러 갔다. 남쏭강을 따라 라오스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카약 투어는 오전의 액태비티한 경험으로 만신창이가 된 우리들의 육체를 쉬게 해 주었다. 세계 맥주 애호가들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시원한 라오 비어 한 병씩을 손에 들고 강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신나는 음악에 흥겨움으로 들썩이는 리버바들을 만난다. 그 곳에는 수영복을 입은 젊은 남녀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다이빙을 하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는데, 쑥스러움이 가득한 수영복을 입지 않은 40대의 아줌마들이 간다면 흥을 망춰 놓을 것 같아, 우리는 풍경 감상 놀이만을 즐겼다.

앗! 방비엥에도 제비가 있었네
온 통 꿈만 같았던 방비엥에서의 하루가 끝났다. 오늘의 마무리는 꽃보다 청춘에 등장하여 방비엥의 가장 핫한 음식점이 되어버린 샤브샤브집에서 하기로 했다. 방송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보여주려는 듯 소주를 마시는 한국 손님들로 테이블이 만석이다. 우리도 뒤질세라 샤브샤브와 소주를 시켜놓고 이 밤을 아쉬워했다. 그 때 들리는 우리 옆 테이블 아가씨들의 얘깃소리. 내용인 즉슥 오늘 오다가다 길에서 만난 남자들과 같이 어울렸는데 500불이 든 지갑과 핸드폰이 들어있는 가방이 없어졌고 그 남자들도 사라졌다는 것. 가만히 들어보니, 아까 블루라군에서 만났던 남자 3명의 인상착의와 비슷한 것 같아 우리는 그 얘기에 끼어들었다. 그 결과, 낮에 우리에게 헌팅했던 남자들과 동일 인물임을 확신했고, 같이 안 놀기를 천만다행이라며 단호하게 거절하기를 잘했다고 서로를 칭찬하며, 술자리를 끝냈다.


(다음 달 라오스 여행기 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