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 권하는 이 한 그릇

좋은 베트남 - 2018/07/02 345 0

나이 들면서 식탁과 변기에 앉을 때마다 경건해진다. 매일 인 풋과 아웃 풋의 자연적 섭리에 경외감을 느낀다. 생각이 이 지경으로 나아가자 식탁에 올라온 음식들을 접할 때마다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재료를 다듬고 씻고 갖은 양념으로 버무리고 조절하고 끊이고 건져내서 다시 그릇에 담아 오는 모든 행위들이 살아있는 무덤, 이 작은 입으로 들어갈 때마다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더 감사한 것은 오랜 세월 동안 변하지 않음으로써 변화에 대처해 온 음식을 만날 때다. 분야를 막론하고 원형을 지켜내는 것,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속이 고요해진다
꽁시꽁시의 콩국수

 

콩국수 매니어다. 하루에 두 번도 먹는다. 매일도 먹는다. 하노이에서는 잘 안 먹는다. 까칠해진 콩국수 분별력 때문이다. 참다가 그래도 먹는 게 중화요리점 꽁시꽁시의 콩국수다. 우선 비주얼이 좋다. 콩국수에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린 채로 나온다. 설빙이다. 면을 젓고 돌리며 천천히 먹다 보면 어느새 콩국이 넉넉해 진다. 먹는 동안 콩국과 면이 저희들끼리 서로 뜻이 맞아 입속에서 묘한 신뢰를 고취시킨다. 콩국은 보드랍고 끈기 있는 면발은 호소력이 있다. 거의 그릇을 비울 무렵에는 너덜너덜해진 중년 아재의 뱃속에도 생동감이 돈다. 순간 고요가 찾아 오면서 좋은 사람이 생각난다. 같이 와야지. 며칠 전 성질 부렸던 일이 조금 부끄러워 지기도 한다. 콩국수 한 그릇이 주는 호사다. Tel: 098 569 1548

 

새콤 달콤 매콤한 맛
한양횟집의 회냉면

 

기대하지 않고 가서 먹은 회냉면. 한입 후에 세 명이 음. 같은 탄성이 나왔다. 회는 바로 잡아 올리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기다리는 만큼 신선하다. 육수는 어디 내 놓아도 손색이 없다. 쫄깃한 회 맛, 새콤한 과일 맛, 매콤한 청양고추의 맛이 얼음까지 더해져 속이 시원해지고 후련해 진다. 육수에 집중력이 느껴지고 면발에서도 힘이 느껴진다.

면발 끊을 새도 없이 양념 맛에 홀려 호로록 호로록 흡입하다 보면 냉면 양이 줄어들어 아쉬움마저 든다. 해장으로도 좋을 듯하고 밥 맛, 입 맛 잃을 때 권하고 싶다. 원래 한양수산은 산낙지로 유명한 곳. 산낙지와 회가 주 메뉴. 매장이 단층으로 저녁에는 꼭 예약하는 것이 좋다.
Tel: 0243 212 3301

 

 

속 깊은 홍어의 맛
육해공의 홍어삼합

 

 

 

'요즘 젊은 것들은 모를 거다' 선배는 홍어를 먹을 때 마다 그렇게 말하며 아래와 같은 고정 멘트를 매번 날렸다.“삭힌 홍어를 삶은 돼지고기와 함께 묵은 김치에 싸 먹으며 막걸리까지 곁들이면 참으로 별미인데 이를‘홍탁삼합’(洪濁三合)이라고 한다. 이때 코를 톡 쏘는 홍어의 알싸한 맛은 이내 중독되고 만다. 이질적인 세 가지 음식이 어울려 절묘한 맛을 낸다는 데 삼합의 묘미가 있다. 이래저래 어지러운 세상,‘홍탁삼합’과 함께하며 흉금을 터놓다 보면 좀더 살맛나는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사실 홍어는 입천장이 홀라당 까질 정도로‘푹 삭힌 거’라야 했다. 먹기도 전에 풍겨나오는 그 냄새의 놀라움으로 눈이 동그랗게 되어야 했다. 고약한 냄새로 주변의 원성과 핀잔을 감수하며 먹어야 하는 것이다. 홍어는 전라도에서 서울로 전해지면서 맛도 적당히 타협한‘덜 삭힌’홍어 맛이 되었다.

육회공 홍어삼합은 홍어맨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적당히 삭힌 홍어와 구운 돼지고기, 그리고 묵은 김치, 물론 새우젓도 따른다. 기름이 잘 오른 돼지고기 위에 묵은 김치를 올리고 그 위에 향이 강한 홍어를 얹으면 삼위일체를 이룬다. 여기에 잘 익은 막걸리 한 사발이 목을 타고 들어가야 홍어삼합이 완성된다.
Tel: 0246 670 4422

 

 

깊고 맑고 개운한 맛
식객의 생대구탕

 

 

경남빌딩 9층. 식객의 생대구탕. 팔팔 끓인 국물을 조심스럽게 한 숟가락 맛보면 입에 봄이 온다. 맑은 국물이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내려 가는 동안 움츠렸던 몸의 오지에서 새싹이 돋는다. 다시 한 숟가락. 음. 입은 닫히고 몸은 잠시 세속과 절연하고 겨울 내내 숨죽였던 몸의 감각들이 깨어나 몸이 마음에게 말을 건다. 맛은 마음이다. 생대구를 멀리 한국에서 공수해 오다니. 그 마음이 맛이다.

미처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는 날도 있었을 것이다. 그 날 그 시간의 초조함과 기어코 생대구를 받아 요리하는 그 마음이 맛이다. 빨간 생대구탕(매운탕) 말고 맑은 생대구탕(지리)도 있다. 생대구의 살은 어리고 여리고 순하다. 국물은 단정하다.

시원하고 개운한 이 집 생대구탕을 먹다 보면 해장이 되고 다시 음주를 하게 될 지 모른다.
'해장' 의 뜻을 찾아 보면‘전 날의 술기운을 풂. 그렇게 하기 위해 해장국 따위와 더불어 술을 조금 마심’이라고 되어 있다.

식객의 메뉴를 넘기다 보면 식욕이 솟구친다. 주문 음식 전에 나오는 식객의 상차림은 정갈하고 단정하다. 그 상차림 안에 그 집의 서비스, 그 집의 인테리어, 그 집의 사연, 그 집의 경영, 그 집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T. 012 6474 3113)

 

 

닭갈비의 미래
쌈닭의 닭갈비

 

 

요즘 대세 상권이 미딩(My Dinh)이라 중화(Trung Hoa)에 손님이 적다고? 천만에 말씀. 하노이 한인타운의 원조, 중화에 자리잡고 있는 쌈닭에 가 보면 사람들의 말은 제 하고 싶은 데로 말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쌈닭은 5년 전 자리에서 조금 안 쪽으로 이전했는데 이전한 곳이 다시 중화의 핫플레이스가 되고 있다. 매장 안을 들여다 보면 딱 젊다.

반 이상은 베트남 친구들이 와 있는데 때깔이 장난이 아니다. 말쑥하다. 그들 곁에 잠시 앉아 있어 보면 몸과 마음이 들뜬다. 닭갈비의 미래가 보인다. 맛은 대견하다. 닭고기는 찰지고 양념은 부드럽다. 국적을 넘어선다.

베트남 손님들도 똑 같이 먹는다. 맵지 않나요? 아니요. 답은 간단하게 돌아온다. 식판에 각종 야채와 뒤섞이는 닭갈비를 보고 있으면 눈이 젊어진다. 양도 넉넉하다. 볶아 먹는 밥은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가까워도 좋을 처갓집 같은 분위기.

편하고 따뜻하고 정겹고 허물없다. 닭갈비 외에도 오밀조밀한 안주거리 메뉴들이 다음을 기약하게 만든다. 마침 이 곳에서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아이 같은 부부를 만났다. 닭갈비의 미래가 보인다.
(T. 016 5402 0188)

 

 

인연의 설렁탕

 

 

달빛으로 끊이고 이른 아침 햇살로 고운 설렁탕이다. 2008년부터 출시된 이 설렁탕은 인연식당의 대표 선수 중 하나다.
(T. 090 330 2859)

 

 

강남면옥의 코다리냉면

 

 

이 집 면발은 똑 소리 나는 경리담당 여직원 같다. 깔끔하다. 황태 육수는 말수 없는 사내의 은근한 정감같다. 곁에 있어면 막 넘어간다. 이 땅 열국에 강남면옥 코다리냉면은 존재 자체가 위안이다. 2015년 7월 7일 출시됐다.
(T. 094 720 1304)

 

 

장어랑구이랑의 장어시래기탕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 집 탕은 유서가 깊다. 20년이 넘었지 싶다. 구 서라벌 식당이 이 집이다. 사라진 기억처럼 이 집 장어시래기탕에는 장어가 보이지 않는다. 장어를 찾아 자꾸 퍼 먹게 되면 어느새 배 속에 힘 센 장어가 내장된다. 한번 숟가락을 들면 바닥이 보일 때까지 먹게 된다. 마약 같은 탕이다.‘장어랑 구이랑의 장어시래기탕은 2000년 초부터 끓고 있었다.
(T. 090 211 1413)

 

 

돈쿡의 양평해장국

 

 

달리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 해장국은 개운하다. 조미료에 의지하지 않고 알찬 재료들과 자상한 마음으로 끊여 언제 먹어도 은은하고 느긋해진다. 한 그릇 다 비울 즈음에는 '봄비에 라일락 피' 듯 이마에는 땀이 돋고 마음에 꽃망울이 맺힌다. 하노이 돈쿡의 양평해장국은 2013년 출시됐다. 올해 박린 돈쿡도 오픈했다.
(T. 096 132 3516)

 

 

귀빈의 추어탕

 

 

한 번 먹으면 반한다. 두 번 먹으면 중독된다. 귀빈식당의 추어탕은 2003년 하노이에 론칭했다.
(T. 090 416 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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